2007년 개인전에 신항섭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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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렬한 빛이 만들어내는 맑은 색채의 향연
                                                                                        신항섭 - 미술평론가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투명성에 있다. 
불속이 환히 비치는 맑은 개울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이
씻어지는 듯싶다. 수채화는 다름 아닌 그런 투명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있다.
맑은 물에 의해 녹은 물감이 하얀 종이위에 올라가면 그대로 투명한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 투명한 아름다움이 물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밝은 빛에서도 역시 투명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밝은 햇살이 들춰내는
꽃잎을 보노라면 그 투명한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수채화는 맑은 물과 밝은 빛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엄의숙의 수채화는 이처럼 물과 빛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아름다움에 극명하게
실현한다. 그이 작품 대다수는 실내정물이다. 창을 통해 비쳐드는 눈부신
햇살을 그대로 받아들여, 새삼 빛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모든 물상의 형태는 빛에 의해 깨어난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 다면 물상의 존재는
암흑일 따름이다. 빛에 의해 암흑이 지워지는데 암흑의 흔적이 그림자로 남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물상의 형태란 빛과 음영의 쟁탈이 만들어내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수채화는 색채이미지 이전에 이처럼 빛과 음영의 격렬한 영역다툼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대다수의 작품에서 빛의 존재감을 한껏 부추긴다. 이에 질세라
음영 또한 선명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기에 명암대비가 강렬하다. 빛이 강하면
강할 수록 그림자도 짙다. 그의 그림에서 그림자는 단순히 명암효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이미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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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에 대응하는 이미지로서의 음영, 또는 그림자는 그의 그림에서 중요한
조형적인 요인이 돈다. 다시 말해 물상의 부산물이 아닌, 직접적인 조형의 대상이
된다. 만일 그의 그림에서 그림자를 제거한다면 시각적인 인상 및 긴장감이 느슨
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극렬한 명암대비에서 오는 생동감 또한 약해질 것이 분명
하다. 그러고 보면 빛과 음영의 대립 및 조화의 관계를 추구하는 그의 조형적인
방법은 사뭇 의도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빛이 강하면 빛이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 즉 하이라이트에서는 색채와 형태가
증발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더블어 하이라이트 주변은 색채가 현저히 약화됨은
물론 형태 또한 불명확하게 된다. 또한 빛이 닿는 뒷부분의 음영은 상대적으로
더욱 짙어짐에 따라 색채가 탁해지고 형채는 불명확하게 된다.
 
이렇듯이 빛이 강하면 형태의 손실이 따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극렬한 명암대비는 역시 시각적인 자극이 강해서 마련이어서 그에 의한
미적 쾌감이 따른다. 이런 종류의 미적 쾌감은 정신 및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체험케 한다.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적 쾌감은 상쾌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어둠속에서 빛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대리체험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강렬한 빛은 색채 및 형태를 약화시키는 부분이 있는 반면에 어느 부분에서는
색채의 아름다움을 더욱 증폭 시킨다. 절정량의 빛에 노출될 경우 물상 고유의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까닭이다. 그의 작품에 즐겨 쓰이는 꽃이나 과일 따위의
원색적인 색채이미지를 가지는 소재의 경우 색가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느끼는 색채의 순도는 각별하다.
하이라이트나 짙은 음영부분과의 대비로 강렬하면서도 명징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극단적인 명암대비로 인한 급격한 명도의 변화를 포함하여 색채의 폭넓은 순도의
변화 그리고 선명하게 각인되는 형태미와의 조합에 기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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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그의 수채화는 그만의 조형어법이 확립되어 있다.
다시 말해 극단적인 명암대비, 채도대비, 그리고 형태대비라는 상대적인 이미지의
대립및 조화의 형식논리를 추구한다. 최근의 연꽃을 소재로한 일련의 연작은 이와 같은
조형어법을 반영한다. 배경은 현실과 달리 짙은 어두움으로 표현함으로써 거기에
대비되는 연꽃은 선명도가 한층 높아진다. 어둠 가운데 피어있는  연꽃의 이미지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이런 시각적인 체험은 그림이 만들어내는
마술인 셈이다.
 
그의 작품은 어떤 경우에나 질서정연한 형식논리의 지배 아래 놓인다.
색채 명암 형태의 극단적인 대비로 인한 긴장관계는 일살적인 시각과는
전혀 다른 조형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따라서 형태묘사에서 오는 시각적인 즐거움
보다는 시각적인 긴장 및 쾌감에 의한 감동이 크다. 의도적이 조형적인 질서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체험은 새로운 형태의 미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 즐겨 쓰이는 소재 중에서 탁자를 덮는 레이스 또한 각별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연속적인 무늬를 가지는 레이스는 장식적인 효과와 함께 극사실적인
형태묘사에 대한 작가적인 감각 및 테크닉을 가늠케 할뿐더러 잘만 활용하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화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레이스의 표현에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다른 소재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레이스
특유의 아름다움을 선명히 부각 시키고 이쓴 것이다.
 
레이스는 빛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시각적인 쾌감을 제공한다.
하얀 색깔로 상징되는 빛과 실제적인 레이스의 하얀 색깔이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명암대비에 의해 구별되는 선의 이미지는 명료하게
부각된다. 그 선에 의해 형용되는 연속무늬는 사실성을 더욱  증폭 시킨다.
 
그의 그림은 어떤 경우에도 밝고 발랄하며 생기가 넘친다. 그만의 형식미와도
관계가 있겠지만 그에 앞서 소제 자체도 매우 긍정적인 것들이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그 자신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소재들인 것이다.
물론  그만이 선호하는 특별한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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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상적인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과 집안에 있느 소품및 생활기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서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한다는
느낌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보고 또 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들을 이용하면서도
이처럼 새로운 이미지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만의 조형감각의 소산이다.
 
그림은 정서적인 함양을 위해 기능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그림의 효용성에
솔직하게 응답하고 있다. 즉 소재 및 제재와 상관없이 감상자의 미적 감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선행되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 한다.
어쩌면 밝고 명랑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재와 강렬한 햇빛을 제대로 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태생적으로 발고 아름다운 세계를 찬미하고 또 그러한 세상을
이상으로 여기는 감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과 그 자신의 그림세계가 일치하는 지점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긍정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니 무엇을 그리든지 아름답게 묘사되고 표현되지 않을 수 없다.
맑고 밝은 색채이미지를 가지는 수채화 특유의 아름다움과 긍정의
사고 및 감정이 만남으로써 그로부터 발생하는 감동의 진폭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의 그림에는 그런 꿈같이 달콤한 정서가 포진한다.
 
글 신향섭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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